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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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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5회 작성일 21-12-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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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칠통


오늘은 시월 보름날 날이 다소 차니 무를 뽑아

겨울용으로 저장할것은 하고 시레기를 다듬고

동치미 담글 준비를 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올해 무는 알이 적기는 해도 육질이 단단하고

동글 동글하고 예쁜 것이 맛도 그만일것 같은 느낌입니다.


겨우살이의 제일 큰 준비가 김장이라면 도량에 심어 가꾼 무며 배추등으로

작은 부분이나마 채워 갈수 있는 것이 생활 속의 큰 행복입니다.


아마 절집에 대중들이 많이 살게 되는 시월 보름 동안거 결제일이 오늘이니

큰 절에서는 대체로 김장을 서두르거나 이미 마친 곳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대중들이 운력으로 채마 밭에서 지고 날라 거두어 들이고

일을 분담해 씻고 버무리며 갈무리한 후


원주 스님의 배려가 있다면 아마 점심 공양은 특식이 준비 되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만두 공양이 있다면 별식이라 해서 맛있게 먹을 생각만 하며,


장난끼 있는 스님네의 손장난에 만두 속에 넣어 둔 고추 가루나

교묘히 넣어 둔 소금 덩어리등이 속으로 넣어진 만두를 골랐다가는


큰 방의 공양하는 곳에서는 여기 저기서 웃음을 참느라

킥킥거리는 웃지 못할 진풍경도 벌어 질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삼동 결제의 소임을 나누어 짜고 포단 위에 자리 정하고 앉으면

그 자리는 누가 와서 내 놓으라 해도 줄수 없고 주어서도 안되는

자신만의 금강 보좌입니다.


파르라니 삭발하고 방포원정한 스님들이 수십명 열을 지어

척량골을 반듯이 세워 정좌를 하고 나면


번뇌는 간 곳 없고 의정만이 성성하여 행주좌와어묵동정간에

치열한 구도의 열기가 큰 방을 달굴 것입니다.


시삼마 이뭐꼬


부처도 아니요 허공도 아니며

물질도 아니요 마음도 아니니

이것이 무엇인고


하고 설하시던 방장과 조실 스님의 간절하신 법문이 문풍지 바람을 타고

구순 안거동안 산허리를 들고 나면 칠통을 타파하는 방귀 소리가

선방을 가득 메울테지요.


지리산 칠불암 아자방에 정진 대중들이 어서 박문수의 방문에도 아랑곳 없이

사시 공양을 마치고 오후 정진에 꿈나라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대중들의 모습이 각양 각색인데 무엇을 하는가 물으니 주지 화상은 말을 잃고

문수 동자 하나가 나와 사또가 그것도 모르는가 면박을 줍니다.


좌우로 흔들 흔들 몸을 흔드는 스님은 풍전세류관을 하고

고개가 뒤로 벌렁 벌렁 제껴 지는 스님은 앙천 성숙관이며

방바닥에 방아를 찧듯 허리가 굽는 스님은 지하 망명관을 하는 스님이며

감기 걸려 코풍선을 크게 불었다가 꺼치는 스님은 비말청탁관을 하는 스님이며

궁뎅이를 들고 방귀를 풍풍 끼는 스님은 타파칠통관을 닦는 스님이라..


사또는 그럴듯 하지만 못믿기는지 내일 동헌으로 나무 말을 하나 만들어

대중들이 내려 오라 하니 다음날 대중들은 사색이 되어 동헌으로 갑니다.


어사가 스님들이 그리 도를 잘 닦으시니 나무 말을 타고 동헌 마당을 한바퀴 돌면

내가 년년이 소금과 쌀을 공양 올리리다 하는데


다시 문수 동자 나서며 어찌 이런 애들 장난을 우리 큰 스님들보고 하라 하는가 하고는

나무 말을 잡아 타고 이랴 궁뎅이를 철썩 치니 나무 말은 동헌을 한바퀴 돌아

허공으로 날아 가 버립니다.


불교를 천시하던 박문수는 마음을 바꾸고 공양을 올리고

대중 스님네들도 타파칠통관을 열심히 닦으시더라 하는 이야기올시다.


불법의 유구함 속에는 온갖 기묘 난사의한 일들이 도량마다 산중마다 가득하니

올 겨울 정진 도량에서 다들 눈밝은 도인들 되어 나오소서


중도에 정진이 깨지는 경우만 아니면 선원에 든 이천여 눈 푸른 납자들 마음에서

벌건 용광로 불 속에 한점 연화가 피어 나듯 깨달음의 꽃이 피어날 것입니다.


우리 불자님들도 자신의 여건과 근기에 맞게 공부 주제와 시간을 정해

타파칠통의 무생곡 한곡 불어 보시기를..



*타파칠통(打破漆桶)


무한겁 이전부터 쌓인 무명 번뇌가

옻으로 만든 통속처럼 깜깜한 것을

순간에 깨뜨려서 속의 불성을 드러내는 것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