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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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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1회 작성일 22-01-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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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을

많이들 인용하지만 무슨 뜻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예부터 깨달음을 얻은 많은 선사들이 이 말을 해 왔는데

고려 때의 백운화상의 글이 가장 가슴에 와닿습니다.


잘 모르지만 한 마디 덧붙여 봅니다.


우선 불교는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과는 달리

긍정 부정 긍정의 세 단계를 거치는 것이 많습니다.


위 선문답도 3단계로 나누어 봅니다.


1. 긍정-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2. 부정-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3. 긍정-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여기에서 1번은 참선에 들기 전 즉 참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평범한 속인의 견해로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고 사과는 단지 사과 일뿐입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산 물 강 사과 돼지 지구 별 등

눈에 보이는 온갖 사물을 색(色)이라 합니다.


그런데 2번에서는 이러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모두 부정합니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즉 사물의 현상을 보지 말고 본질을 보라는 말입니다.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거리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도 못 보고

너무 멀리 있어도 무엇인지 모릅니다.


눈이 사물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기관(눈 귀 코 혀 피부)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오류투성이라는 것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은 현상일 뿐 본질이 아닙니다.


그래서 눈으로 사물을 보는 모든 것을 부정합니다.


부정한다는 것은 참선을 통해 마음을 비운다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맛보고 느껴서

배우고 익힌 지식을 모두 버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 틀고 있는

수면욕 성욕 식욕 등 본능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수행자는 보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고

행함도 없이 고요히 면벽 수행을 하나 봅니다.


수행은 결국 비운다는 것인데 色을 지워나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우리가 보고 듣고...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것이 모두

거울에 낀 때이기 때문에 이 오염물질을 닦아내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때를 벗겨내면 결국 거울은 모든 것을 훤히 비추는데

이 단계를 반야지 즉 깨달음(해탈)을 얻었다고 한답니다.


다 벗겨 냈으니 텅 비었다 즉 空을 알아야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다고 합니다.


2번에서 '산은 산이 아니다'라는 말은

눈에 보이는 산은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고 보니

공이더라는 말(寂滅)이고 산과 마찬가지로 물은 물이 아니요,

사과는 사과가 아니요, 별은 별이 아니더라...

즉 모든 사물은 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3번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는 쉬우나

2500년 전의 부처님이나 그 이후의

수행자는 마음을 비우고 닦아 진리를 터득합니다.


마음도 공하다는 참나를 찾게 됩니다.


1번의 '산은 산이요'라는 말은 평범한 사람들이 보는 산으로

마음이 만들어 내는 모든 허상을 보고 진리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3번은 사물의 본질이 공하다는 것을

깨달은 선승이 하는 말(寂照)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선(禪)의 수행과 깨달음의 삼 단계를 체험한 백운화상께서 말씀하시길.....


내가(노승이) 삼십 년 전에 참선하기 전에는 (老僧三十年前未參禪時)

산은 산이고 물은 물로 보았다 (見山是山, 見水時水,)

그러다가 나중에 선지식을 친견하여 깨침에 들어서서는 ( 乃至後來親見知識有入處)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지금 편안한 휴식처를 얻고 나니 마찬가지로 (而今得箇休歇處)

산은 다만 산이요 물은 다만 물로 보인다 (依前見山祗是山. 見水祉是水..)

그대들이여, 이 세 가지 견해가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 (大衆這三般見解是同是別)?